...
다음 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다.
휴일 아침 오전 7시라면 빨라도 너무 빠른 시간 아닌가. 하기야 새벽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으니, 오늘이라고 해야 맞겠다. 평일 아침에는 이불 밖으로 나오기 쉬운 일이 아닌데, 휴일 아침에는 왜 이리 일찍 잠 깨는지, 요망한 귀신이 무슨 조화라도 부리는 모양이다. 아무튼, 오늘은 집 근처 산책이나 휴식, 책 읽기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내일이면 출근해 또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해야 하니까. 이렇게 하는 요일 시간안배가 꽤 괜찮은 것 같다. 먼저 오는 휴일 하루는 바삐 움직이더라도 그 다음 오는 휴일 하루 동안은 오로지 집안에서 휴식 시간을 가지는 것. 이 안배가 마음에 무척 든다.
동쪽 창에서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이 눈 부시다.
이불 속에서 게으름 피울 여유를 주지 않는다. 마치, 어서 일어나라고 눈 부릅뜨고 고함이라도 지르는 듯하다.
...
창 아래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올라왔다.
이 시간 벌써 아파트 등 뒤로 흐르는 시냇물 가에 나온 아이가 있다. 피라미라도 발견해 엄마와 함께 잡으려는 모양이다. 익숙한 얼굴들도 아니다. 아마 타지에 사는 친척을 방문한 가족이려니 했다. 그 모습을 본 후 창에서 떨어져 나왔다. 전기 커피포트에 물을 확인하고 스위치를 켰다. 벌써 며칠 전부터 전기커피포트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밑바닥을 분해해 소리 나는 원인을 확인하려고 결심한 지도 며칠이 지났다. 오늘은 꼭 확인하련다. 저 거실 카펫도 세탁소에 맡겨야 한다. 어제 새벽 비몽사몽 간 결심한 일을 실천에 옮기리라 다시 한번 결심하면서 찻잔에 물을 채웠다.
커피를 즐겨 마시다 녹차로 바꾼 지 몇 달이 지났다. 여기저기 매체를 통해 설탕과 커피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커피를 멀리하게 된 것 같다. 황록색으로 변해가는 찻물을 바라보면서 커피 향을 떠올렸다.
그래도, 커피 향이 좋았다. 생각하면서…….
세탁소를 다녀온 후, 아이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제야 창을 열어 둔 채 시내에 있는 세탁소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고 창으로 다가갔다. 아직 그 아이는 놀이에 흠뻑 빠져 있었다. 물장난하고 있는지 피라미를 잡는 중인지 여기서는 짐작할 뿐 정확히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금 아래 바위 위에 자리 잡은 엄마가 작은 플라스틱 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이는 피라미를 잡고 있었다. 그 통 안에 아이가 잡은 피라미가 들어있겠다.
“꼬마야. 그렇게 소리치며 물속을 쏘다니면 물고기 놀라 도망가 숨어버리겠다.”
그렇게 소리치고는 창을 닫았다. 그 소릴 아이가 듣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지도 않고 닫아버렸다. 조용하다. 아이 소리도 건너편 소나무 솔잎 사이를 빠져나가는 부산한 바람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제 아무도 방해하는 이가 없는 혼자만의 시간이다. 이제는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더니 어느새 커피믹스를 찾고 있다. 커피포트의 물이 끓어서 스위치가 꺼져버린 후에야 간신히 벽장 구석에서 커피믹스 하나 찾아냈다. 커피 향을 맡기도 전에 얼굴 가득 흡족한 미소가 번져 나왔다. 집 안 구석구석을 뒤져 원하는 것을 찾아냈을 때의 희열, 어릴 적 어머니의 비밀스러운 다락을 훔쳐보고 신기한 물건을 찾아났을 때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가 가진 행복은, 일상 중 이런 정도였다.
역시 이 맛이다. 커피잔을 거실 앉은뱅이 탁자로 가지고 오면서 살짝 입에 댄 결과였다. 몇 달 동안 커피 맛에 굶주린 탓일까.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던 결심은 어느새 멀리멀리 사라지고 말았다.
...
'싱글대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글대디, 6 (0) | 2020.08.21 |
---|---|
...., 다섯 번째 이야기…, (0) | 2020.08.07 |
네번째 이야기 4..., (0) | 2020.03.06 |
..., 네번째 이야기3..., (0) | 2020.02.20 |
네번째 이야기 2..., (0) | 2020.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