낵아,
이 용의 <잊혀진 계절>이 가요차트 순위 1위에 올라 서는걸 보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에 마지막 밤을…."
이 노랠 친구들과 함께 목청껏 부르다,
그 다음주 입대한 것 같다.
강원도 어느 사단 신병 교육대에서
몸에 잘 맞지 않은 군복과
아직 내 발에는 어색해 무겁기만 한 전투화를 신고
산 아래 공격 개시선에서
중대 OP가 있는 산 꼭대기 고지까지 한달음에 달려 올라갔던 것도 이맘때쯤이고,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기름 냄새로 범벅된 정비 실습복 차림으로
장산 아래 어느 강의실에서 열띤 토론을 했던 것도…,
그 곳 실습장 자동차 밑바닥을 기어다녔던 그 기억도…,
이 때쯤이며,
참,
무더운 날 자동차 아래 그늘이 무척이나 시원하다.
지상고가 높은 군용 대형 차량이 줄 지어 서 있다면
그만한 피서지도 찾기 힘들것 같다는 어설픈 생각…, ㅋ~
군복과 전투화가 이젠 제법 몸에 맞는다고 생각할 때쯤,
영천 어느 골짜기에서
익어가는 포도와 사과를 손만 뻗으면 닿을듯한 아카시아 울타리 너머에 두고,
작열하는 태양이 타는 목마름을 더해가는
그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며,
참고 견디고 행군했었던 때도 이맘 때 쯤이었던 것 같다.
그래, 이때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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