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1
아주 오랜된 일이다.
아마 십수 년은 더 지난 일일것이다.
우리 부서 자동차들이 꽤 된다.
자동차 수 보다 좀 많은 기사들도 함께,
해서 내가 하는 일 중 첫 번째가 그 운전 기사들과 딸린 자동차들을 잘 관리해 안전운행을 보장하는 활동이었다. 허나, 이 들은 허구헌날 사고를 친다. 아직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기사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기에, 그 운전기사보다 나이 많은 자동차들이 대부분이었기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가진 권한으로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그러다보니 내가 고유 해야할 일인 차량관리(/차량정비)나 안전운행 보장 활동보다는, 대외로 쏘다니며 차량사고 뒷수습에 거의 모든 시간을 소비한다. 내 자존심은 땅속 깊이 묻어 버리고 항상 저 자세로 상대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행동과 말로 아부하는 생활의 연속이란 거다. 내가 큰 소리 칠 수 있었던 곳은 오로지 내가 소속된 조직내였던 것. 내가 무슨 조직과 운전기사들만 편애하는 보험회사 직원인가. 라는 생각이 종종 나를 괴롭히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분처리 운행 다녀왔습니다."
이 녀석 한창 나이에 풀 죽은 목소리다.
"어, 그래 고생했다. 수고했어."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 나갈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 서서 말끝을 흐리며 주저하고 있다.
"왜? 무슨 일이야?"
"주차해 있던 중 인분차가 뒤로 미끌어져 전봇대를 부셔버렸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덧 붙인다.
" 죄송합니다."
"일단 쉼터로 돌아가 쉬고 있어라."
그렇게 말하곤, 빠르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보았다.
차량 뒷 범퍼 높이와 맞닿는 전봇대에 부딪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고개들어 올려다 보니 전봇대 가운데 쯤 균열이 보였다.
곧 쓰러질 기세를 전깃줄이 간신히 부여잡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 이거, 전봇대 하나 새로 바꾸는데얼마나 할까?"
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다.
하나의 일예에 불과한 일이지만 그 뿐이 아니다.
내가 피해액을 산정하고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는 무슨 보험회사 직원인가.
입사할때는 분명 자동차 수리분야에 지원했는데, 내 전문 분야는 운전기사/자동차 관리나 자동차 정비가 아니라, 자동차 수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