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시, <벚꽃 그늘> 그리고 <어린양의 하루>
벚꽃그늘 닉네임(필명) : 호산나
서늘하기 그지없던 초야의 계절이 지나고
무거운 햇볕은 거친 옹이가 가득한 벚꽃나무 위로 내려앉았다
흩날리는 벚꽃을 한아름 손에 쥐고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봄의 환난은
그늘 위로 덮어버리고 그것들을 짓이겼다.
환호하며 지저귀는 새의 울음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짓이겨진 벚꽃들을
매만지며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신명나게 들썩이는 어깨를 덩실대며
엄마의 정수리에서 희게 피어나던
벚꽃의 나뭇가지를 잔상에서 끄집어냈다
고통으로 가득 차있던
엄마의 울음소리는
마치 나를 위해 환호하던 새소리와 같았다
추운 그늘 밑에서 애정에 목말라했던
지난 어린 날의 추억들이
이제는 아우성이 되어 나를 가해자로 몰아버리고
나는 그 그늘 밑에서 짓이겨진 벚꽃을 먹으며 우람해졌다
기억의 태반은 나 홀로였으며
벚꽃이 지는 계절에 그 곳에 남은 한 사람도
나 홀로
계절을 역행하는 도중
목 놓아 울어버린 초야의
그늘에서는 나 홀로
여전히 숨을 쉬고 있다
어린양의 하루 닉네임(필명) : 호산나
짙어가는 밤 우리 안에는 아무도 오지를 않고
딸꾹질해대는 어린 양이 장미 가시에 찔린다
고귀한 피가 흘러나오는 틈새로 벌어진 동맥의 상처는
깊이를 가늠하지 못하고 무뎌진다
숱한 엄마의 기도는 늘 향연을 이어가며
죄악으로 내던지는 현실의 무게가 짊어지는데
그것을 일거리로 삼는 아버지의 등이 해마다 무겁다
아니 혹은 가볍던가
우리는 느긋이 번제가 되어 돌상 위에 몸을 뉘인다
새벽에 우는 늑대의 소리는 안달이라도 난 듯이 우렁차고 가엾다
승자는 우리였으므로
차가운 돌상 위에서 미소를 지었다
배를 가르는 느낌이 차츰 선명해 질 때에
옆으로 누인 아버지의 손을 보았다
동맥의 상처가 여물지 않은 죄악의 댓가가
나를 보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어딘가 모순적인 이 번제 의식은
한 번으로 족하는 지는 못했다
나는 또 태어나 이 우리에 누구도 오지 않는 외로운 에덴에서
번제로 바쳐질 생의 시점을 다시 기다리며
오늘도 장미꽃에 찔린 채로 고귀한 피를 흘린다
출처 : '커뮤니티 엽서시 문학공모' 자유게시판(인터넷 주소 http://www.ilovecontest.com)